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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중합(相沖中合)
엠제이, 베논로건
부제 : 서로 어울리지 아니한 것들 중 짝이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쏟아지는 따뜻한 햇볕이 화려한 궁에 놓인 돌계단을 덥혔다. 베논이 그 계단을 밟아 오르자 옆에 있던 로건도 발걸음을 맞췄다. 계단 난간 하나를 두고 나란히 계단을 오르는 그들에게 여러 시선이 따라붙었다. 걱정과 약간의 연민, 명백한 조롱. 그 중 물기가 어린 눈빛을 로건은 애써 무시하며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계단 위에는 날개 한 짝을 잃은 새를 본뜬 조각품이 놓여 있었다. 로건은 차라리 제 앞에 놓인 스무 칸의 계단이 끝이 없기를 바랐다. 허나 약조한 것을 이제 와서 물릴 수는 없을 터. 비익조를 가운데 두고 둘은 말없이 몸을 돌려 서로를 마주 보았다. 로건이 베논의 짙은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것 같은 무미건조한 눈이었다.
“석류꽃이 피는 유월에 좋은 날을 가려 유(柳)나라 황실의 차남과, 희(曦)나라 황실 장남이 오늘 이 자리에서 천작지합(天作之合)이라는 천계의 명을 받아 백년가약을 올리게 되어…”
결혼을 주관하는 예관이 하늘을 향해 주례사를 읊을 때 로건은 길게 늘어진 소매 아래에서 주먹 쥔 손을 떨었다. 그런 로건을 베논이 가만히 응시했다. 새카만 눈동자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것에 로건은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 같아 주먹 쥔 손을 풀었다. 그래도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신 눈만은 베논을 지지 않고 쏘아보았다. 그의 시선에서 호감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비익련리(比翼連理)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모쪼록 살펴주시옵소서.”
예관이 글이 적힌 비단을 감아 탁상에 올려 두었다. 이윽고 예를 차린 무수리들이 합환주를 내왔다. 깨끗한 도자기 잔에서 투명한 액체가 찰랑거렸다. 그 위에는 유(柳)나라의 상징인 버들잎 하나가 띄워져 있었다. 로건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가약을 맺는데 필요한 합환주를 바라만 보고 있자 예관이 헛기침을 하였다. 로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잔을 조심히 들어 입가에 가져가자 베논도 술잔을 입에 댔다.
두 사람이 탁자에 내려놓은 잔 중 하나엔 여전히 술과 버들잎이 표면에서 넘실거렸다. 베논이 수면 위를 움직이는 버들잎을 눈으로 좇았다. 희(曦)나라 태자의 소리 없는 저항이었다.